2024년 3월 28일 하.복.주.새

예수님의 성만찬과 “나는 아니지요?”

송영종

가시 면류관
가시 면류관

예수님의 성만찬과 “나는 아니지요?”

마태복음 26장 17~25절

오늘은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가지신, 고난주간의 넷째 날, 성만찬의 날입니다.

이름도 잘 알 수 없는 아무개의 집 다락방, 예수님과 12제자들이 함께 모여 유월절 전날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떡과 잔을 드시던, 예수님께서 갑자기 놀라운 말씀을 하십니다. 21절 “너희 중의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 그리고, 제자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22절, 그들은 “몹시 근심하여 여짜오되, 주여 나는 아니지요?” 하였습니다. 아니, 적어도 제자들이라면, “누구야? 누가 예수님을 팔려고 하는 거야?” 이렇게 나와야 상식적일 텐데, 제자들은 자기들은 아니고, 자신들만 아니면 누가 팔아도 괜찮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이 때 예수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요? 참담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가룟 유다도 11제자와 똑 같은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25절, “예수를 파는 유다가 대답하여 이르되 랍비여 나는 아니지요?” 너무 어이가 없는 반문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위선적일 수 있는지. 그런데 자신을 속이며 말한 그 물음에, 예수님이 즉시 대답해 주십니다. “네가 말하였도다. Yes, it is you.”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제자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죄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발견합니다. 물론 언뜻 보기에는 가룟 유다 한 사람이 예수님을 판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12명 모두는 함께 예수님을 판 죄인들입니다. 예수님이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 것이다” 이 말씀을 하실 때, 제자 중에서 이 문제를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아니면 어떻게 예수님을 파는 이런 극악무도한 일이 우리 가운데서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하며 화를 낸 사람이 있습니까? 없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 앞에서 회개하지 않고, 자신들을 감추려고만 했습니다.

하지만 자기는 아닌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12명 모두가 가룟 유다의 죄를 묵인한 살인방조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실제 예수님 십자가에 달려 죽으실 때, 제자들 12명 모두 다 도망 가 버린 것을 우리는 잘 기억합니다. 제자들이 서로를 비난하거나 누구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모두가 죄인입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죄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리고 그 한 사람의 죄를 방관한 전체의 책임이며, 전체에 속한 그 한 사람이 바로 내가 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지은 죄 같지만, 모두의 죄라는 것을 깨닫아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여리고성을 함락하고 아이성을 정복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이유는 바로 욕심을 부린 아간 한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그 아간 한 사람의 죄악으로 이스라엘 전체가 전쟁에서 패배하고, 아까운 젊은 생명 3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간 한 사람의 탐심과 도둑질 때문에, 이스라엘이 고통을 겪었고, 그 가족은 모두 몰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아간이 죄를 짓는 그 순간이라도 회개했더라면, 36명의 젊은이와 자신의 가족이 죽지 않았을 것이며, 역사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자신 한 사람이 이런 죄를 지어도 괜찮겠지 생각했지만, 그것이 모두를 죽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거룩한 장로교회 성도 여러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죄악의 시초가 나로부터 시작되는 줄 알고, 이제 나 자신부터 하나님에게 죄를 시인하고, 회개하며,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고, “내가 문제였구나. 내가 바뀌어야 우리 모두가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신앙생활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예수님은 살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돌이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Yes, it’s you! 그 순간, 회개하고 돌아서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사망이 아니라 생명을 얻었을 것입니다. 마치 나는 죄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착각하며 살았지만, 내가 바로 죄인이었고, 모든 문제가 혹시 나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우리 교회의 문제도, 우리 가정의 문제도, 내 일이 아니라고 분리시켜 생각하지 않고, 나의 일이라고, 우리 똑같이 주의 일을 함께 지고 가는 사람들이라는 책임의식과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하나님의 교회와 가정을 세워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교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의 나라의 회복입니다. 그런데 그 시작은 바로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이제는 우리 한사람, 한사람으로부터 이루어져 가는 줄 믿습니다. 지난번 설교 때도 말씀드렸지만, 우리의 언어가 하나님의 언어를 사용하고, 우리의 행동이 하나님 백성들의 모습이 될 때, 내가 서 있는 지금 그 곳에서부터, 사랑과 하나됨의 역사가 있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 함께 골고다를 오르는 참된 제자가 될 줄 믿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 자신으로부터 이런 놀라운 변화의 역사가, 우리 삶 속에 일어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 드립니다.